배터리 4대 소재 – 분리막 쉬운 설명

This entry is part 26 of 31 in the series 배터리

1. 들어가며

배터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최근 전기차나 스마트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뉴스를 종종 접하게 됩니다. 배터리가 왜 갑자기 불이 나는 걸까요? 많은 원인이 있지만, 배터리 내부의 ‘분리막’이 제 기능을 못할 때 생기는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리막은 배터리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전자기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분리막이 어떤 원리로 배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지, 또 분리막이 부족할 때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배터리 속에서 분리막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특히 분리막의 구조와 원리부터 시작해, 분리막이 어떻게 화재를 막아주는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술적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아마 지금까지 배터리의 핵심 역할을 양극과 음극, 그리고 전해질이 담당한다고 생각하셨다면 분리막의 역할을 통해 배터리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분리막은 단순히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서 이온이 오가는 통로를 제공하고, 충격이나 열로부터 배터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기능만으로는 고온, 충격 등에서 완벽하게 배터리를 보호하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최근 배터리 제조사들은 분리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세라믹이나 고분자 코팅을 적용해 내열성과 내구성을 강화하는 기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고온에서 분리막이 일정 온도에 도달했을 때는 기공을 닫아 배터리 작동을 멈추게 하는 ‘셔트다운(shutdown)’ 기능이나, 일정 이상의 온도에서는 완전히 녹아내리는 ‘멜팅 다운(melting down)’ 기능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분리막은 배터리가 이상 상태에 도달했을 때 큰 위험을 방지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이제 이 글을 통해 분리막의 기능, 제작 방법, 그리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리막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하면서, 배터리가 어떻게 더 안전하게 설계되고 발전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아요.

2. 분리막이란

분리막이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리튬 이온 배터리가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 잠깐 짚어보겠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배터리입니다. 즉 전기 에너지를 충전하고 (모으고) 방전하는 (내뱉는) 물건이죠. 이때의 전기 에너지는 리튬 이온의 이동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됩니다. 그래서 리튬 이온 배터리라고 부르죠. 일반적으로 리튬을 다량으로 포함하고 있는 물질을 양극으로 사용하고 충전 과정에서 양극에서 빠져나온 리튬 이온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물질을 음극으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이 양극과 음극은 붙어 있되, 붙으면 안된다는 거에요. 무슨 말이냐 하면, 양극과 음극의 거리가 멀면 리튬 이온의 이동이 어려워집니다. 배터리 충전 과정이란, 양극 활물질 내부에 있던 리튬 이온이 음극 활물질 내부로 이동하는 현상(정확히는 전해액의 리튬 이온이 음극 활물질로 이동)입니다. 따라서 양극과 음극 사이 거리가 너무 멀면 충방전 과정이 원활하지 못해집니다. 그렇다고 너무 붙어버리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데요. 양극과 음극이 물리적으로 접촉하게 되면 단락 (쇼트)이 발생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경우 완전 충전했을 때의 전압이 4V 정도 되는데요,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이 전위차만큼의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발생하면서 화재가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양극과 음극을 ‘적절하게’ 분리해줄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충방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충분히 가까우면서도 양음극의 물리적 접촉은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했죠. 또 동시에 분리막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인 ‘이온 이동 통로’ 로서의 기능도 잘 수행해야 합니다. 정리해보면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아야 하며, 이온의 이동통로가 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합니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그림1. 분리막 개념도
그림1. 분리막 개념도

양극과 음극은 전해액으로 가득차 있구요, (그림에서는 하늘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전해액에 가득한 리튬 이온을 포함하는 다양한 이온들이 분리막을 통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합니다. 그래서 분리막에는 ‘구멍’이 필요해요. ‘기공’ 이라고 부르는데요. 어떻게 이 기공을 만들 수 있는지는 다음 챕터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3. 분리막 제작 방법

그림2. 분리막 제작 공법
그림2. 분리막 제작 공법

분리막이 무엇인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살펴봤으니 이번에는 분리막을 어떻게 제작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양극, 음극, 전해질에 비하면 분리막은 비교적 제작 방법 및 변수가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우선 분리막의 기본 재료는 플라스틱을 사용합니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특히 PE,PP를 사용하는데요. PE는 폴리에틸렌, PP는 폴리프로필렌을 의미합니다. PE는 페트병을 생각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가벼운 플라스틱이라고 이해하면 되구요. PP는 PE보다는 조금 더 딱딱한, 1L 우유 플라스틱 곽을 생각하면 됩니다. 분리막 원재료는 기본적으로 플라스틱인데, 조금 부드러운 플라스틱 (PE)과 조금 딱딱한 플라스틱 (PP)을 사용한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PE, PP를 사용하여 분리막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아주 얇게 늘려줘야겠죠. 이를 위해 용매에 원재료를 녹여 반고체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이제 부드러워진 PE, PP를 압출기를 사용하여 얇고 넓게 펴줍니다. 이를 압축(Extrusion)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얇은 플라스틱을 만들어준 상태에요. 우리한테 필요한건 아주 미세한, 이온들만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의 구멍이 뚫려 있는 플라스틱인데요. 이렇게 기공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번에는 늘려줍니다. 진짜로 말 그대로 양쪽을 잡고 늘려주는거에요. 이 과정을 연신 (Stretching) 이라고 합니다. 이 잡아당기는 과정을 양옆으로만 늘려줄건지, 위아래 방향으로도 같이 늘려줄건지에 따라 공법 난이도와 분리막의 기공 형태가 달라집니다.

그림3. 분리막 SEM 이미지
그림3. 분리막 SEM 이미지

위 그림은 실제 분리막의 SEM 이미지인데요. 왼쪽 그림은 건식 공정으로 제작한 분리막의, 오른쪽은 습식 공정으로 제작한 분리막의 이미지입니다. 피자 치즈처럼 쭉쭉 늘어나는 과정에서 사이 사이에 기공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원하는 사이즈와 모양의 기공을 만들어냈으면, 마지막으로 용매만 날려주면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세척과 건조 과정을 통해 용매를 날리고 PE, PP만 남긴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4. 분리막 핵심 기능

이렇게 분리막을 제작하면 양극과 음극의 단락을 방지하면서 (절연을 유지하면서) 기공을 통해 이온 전달을 가능하게 하는 분리막이 완성됩니다. 즉 분리막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분리막은 완성되는거죠. 항상 그렇지만,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기능을 추가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요.

최근 리튬 이온 배터리의 화재가 이슈가 되면서, 분리막의 안전성 향상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습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한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리막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쉽게 화재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충방전 과정에서 온도가 상승하게 되는데, 만약 분리막이 이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녹는다면 양극과 음극의 접촉으로 인해 단락이 발생하고 이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죠.

따라서 분리막은 기본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녹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PE는 녹는점이 130’C 정도로 비교적 낮아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주기 위해 최근에는 PE와 PP를 결합하여 분리막을 제작합니다. PE/PP/PE로 구성된 3중막을 제작하는건데요. PP는 PE보다 높은 온도인 160’C 정도에서 녹습니다. 따라서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130’C 정도에 가운데의 PP를 남겨놓고 양쪽 PE가 녹기 시작합니다. 이를 Shut Down이라고 표현하는데요. PP는 아직 건재하지만 양쪽 PE가 녹기 시작하면서 기공이 닫히게 됩니다. 그럼 기공이 막혔으니 이온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자연스럽게 배터리 동작이 멈추게 됩니다. 그럼 충방전시 전기화학 반응 때문에 올라가던 온도 상승 메커니즘이 멈추게되죠. 따라서 추가적인 온도 상승을 막아 더 큰 화재를 방지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 열 등으로 인해 온도가 계속 올라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PP의 녹는점인 대략 160’C 수준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이보다 온도가 더 올라가게 되면 분리막이 녹아내리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게 됩니다.

5. 최근 분리막 공법

이렇게 PE/PP/PE 3중막을 제작하는 공법을 통해 분리막 기능을 개선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60’C 수준까지밖에 버티지 못하니, 더 높은 온도까지 버티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분리막계에서는 단순히 PE,PP만 사용하는 방법이 아닌, 고분자 또는 세라믹 코팅을 적용하는 방법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PE, PP는 녹는점에 도달하면 녹아내리는데요. 비교적 높은 온도까지 녹지 않고 버티는 물질들을 PE,PP 분리막에 코팅해주는거에요. 외부 코팅막이 고온과 화학반응을 막아주는 셈인거죠. 일반적으로 세라믹은 산화 알루미늄, 산화 지르코늄 등을 사용하는데요. 이들 세라믹들은 고온에 강한 성질이 있습니다. 또 고분자로는 PVDF(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나 PMMA(폴리메틸 메타크릴레이트) 등을 사용하는데요. 이들 고분자들은 화학적으로 안정하여 전해질과의 화학 반응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LG화학에서는 2004년 분리막 표면에 세라믹과 고분자 바인더를 코팅한 분리막을 개발했는데요. 이를 SRS (Safety Reinforced Separato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된 SRS는 200’C 까지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6. 분리막 설계시 고려인자

지금까지 분리막이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제작 공법, 최신 트렌드까지 살펴봤습니다. 이를 종합하여 분리막을 설계하는 배터리 설계자 입장을 잠깐 상상해보겠습니다.

그림4. 분리막 설계 인자와 성능 인자
그림4. 분리막 설계 인자와 성능 인자

배터리 설계자 입장에서 분리막을 고려할때 무엇을 고려할까요? 우선 성능을 먼저 생각해보겠습니다. 분리막은 어쨌든 이온 이동 통로잖아요. 따라서 우선은 기공 크기가 중요할겁니다. 또 절연체여야 하니 당연히 전기저항을 고려해야 할 거구요. 두께에 따라 이온 이동 원활함 정도가 달라질테니 두께 또한 고려되어야 합니다. 또 안정성을 생각해보면 관통강도, 인장 강도 등의 물리적 안정성 요소와 Shut Down 온도, Melting Down 온도를 고려해야 할겁니다.

이러한 성능에 영향을 주는 분리막의 설계 인자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내용을 천천히 되짚어 보면, 공정에 따라 달라질겁니다. 따라서 압출공정과 연신공정에서의 압력, 온도가 중요할거구요. 소재 또한 무엇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겁니다. 또한 최근 분리막에는 세리막과 고분자 코팅 기술이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으니, 무엇을 어떻게 코팅해주냐에 따라 최종 분리막 성능이 크게 달라질거란 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7. 마치며

이번 글에서는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인 분리막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을 안전하게 분리하며,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분리막의 이러한 기본 역할 덕분에 배터리는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죠. 하지만, 분리막이 단순히 전기적 절연체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는 우리 일상에서도 주목받는 이슈가 되었고, 분리막이 중요한 해결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온에서 기공을 닫아 위험을 방지하는 셧다운 기능과, 일정 온도 이상에서 완전히 녹아내려 작동을 멈추게 하는 멜팅다운 기능이 대표적입니다. 분리막은 단순한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터리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복잡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세라믹이나 고분자 코팅이 적용된 분리막이 등장하면서 기존 분리막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높은 내열성과 내구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이고, 배터리를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분리막은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 향상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며, 배터리 업계의 중요한 연구 분야로 계속 발전할 것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배터리 속 분리막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나아가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을 기대해보아요.

8. 참고자료

  1. Lee, Hun, et al. “A review of recent developments in membrane separators for rechargeable lithium-ion batteries.”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7.12 (2014): 3857-3886.
  2. LG에너지솔루션 BATTERY INSIDE (배터리 용어사전 – S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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