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Nucleic Acids Research] FlavorDB: a database of flavor molecu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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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Flavor를 다룬다는 것은 단순히 ‘맛있다’, ‘향긋하다’는 주관적 감각을 논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복합적인 풍미 경험은 실제로 수많은 분자(molecule)들의 조합과 그것이 인체 감각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분자 하나가 아니라, 식재료 안에 어떤 분자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향미를 구성하는가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Flavor를 분석하고 설계하려는 모든 연구와 응용은 결국 식재료(ingredient)와 분자(molecule)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관계가 제대로 정리된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식재료에 어떤 분자가 들어 있는지, 그 분자들이 어떤 감각적 특징을 가지는지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 논문이나 실험 보고서에 흩어져 있고, 체계적인 구조로 정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FlavorDB는 이러한 정보의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대표적인 시도입니다. 2017년 Nucleic Acids Research에 발표된 이 논문은, 식재료와 flavor molecule을 연결한 대규모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이를 누구나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시각화 도구와 함께 제공한 작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AI 기반 푸드테크, 레시피 생성, 향료 설계 등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오픈 DB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FlavorDB 논문이 제시한 데이터 구성 방식과 주요 통계, 그리고 실제 어떤 방식으로 응용 가능한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특히, ‘Flavor’라는 개념이 감각의 문제에서 분자 구조의 문제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글의 핵심입니다. 이름은 FlavorDB이지만, 실제로는 ‘향’ 그 자체가 아니라 ‘향을 구성하는 분자 기반의 화학적 구조’에 초점을 둔 데이터라는 점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 FlavorDB 데이터셋

FlavorDB의 가장 큰 특징은 식재료와 분자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한 그래프 형태의 데이터셋이라는 점입니다. 흔히 ‘Flavor’라는 이름만 보고, 각 식재료에 대해 어떤 향이 나는지, 또는 사람의 감각 데이터가 정량적으로 정리되어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FlavorDB는 향에 대한 직접적인 감각 데이터는 포함하지 않으며, 그 대신 Flavor를 유발하는 화학적 기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논문 서두에서도 언급되듯, 우리가 향이나 맛을 인지하는 과정은 결국 특정 화합물(molecule)이 인체의 미각 및 후각 수용체와 상호작용하여 감각 신호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을 구성하는 감각적 결과 대신, 그 감각을 일으키는 분자적 원인에 집중하는 데이터셋을 구축하는 것이 이 논문의 핵심 목표입니다.

FlavorDB는 총 936개의 천연 식재료와 25,595개의 flavor molecule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식재료는 과일, 채소, 향신료, 육류, 유제품 등 총 34개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 데이터셋의 구성에서 중요한 점은, 전체 분자 중 2,254개만이 식재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25,595개의 분자 중 약 9% 정도만이 문헌이나 실험 기반으로 특정 식재료에 포함되어 있음이 확인되었고, 나머지 13,869개의 분자는 합성 화합물로 분류되며, 9,472개 분자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분자들이 식재료와 직접 연결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FlavorDB에 포함된 이유는, 이 데이터셋이 단순한 ‘식재료 ↔ 분자’ 매핑을 넘어서 Flavor를 구성하는 화학적 공간(flavor space)을 전체적으로 포괄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 당장은 특정 식재료와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이 분자들이 향후 다른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식재료와의 관계가 밝혀질 수 있으며, 또는 기존 분자와의 유사성이나 감각적 프로파일을 통해 대체 향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록된 것입니다.

FlavorDB가 제공하는 분자 정보는 단순한 목록 수준에 그치지 않습니다. 각 분자에는 이름이나 CAS 번호뿐 아니라, PubChem ID, SMILES, IUPAC 명칭, 물리화학적 특성, 기능기, 2D/3D 구조, 심지어 FEMA flavor profile이나 taste/odor descriptor와 같은 감각적 정보까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단순히 flavor 분자의 존재 여부를 넘어, 구조 기반 유사 분자 탐색, 화학적 특성 기반 필터링, 향미 분석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FlavorDB 논문에서는 이 데이터셋을 entity space와 flavor space라는 두 개의 축으로 설명합니다. entity space는 식재료, 그 분류(category), 자연 원천(natural source) 등 인간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의 구성 요소를 다루는 반면, flavor space는 그 식재료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구조적, 감각적, 물리화학적 특성을 다룹니다. 이 두 공간은 식재료와 분자 사이의 링크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특정 식재료가 어떤 분자로 구성되어 있는지, 반대로 특정 분자가 어떤 식재료에서 발견되는지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FlavorDB는 향이라는 감각을 직접 정의하지 않으면서도, Flavor를 구성하는 분자 기반 구조를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한 공개 데이터셋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향후 음식 페어링, 합성 향료 개발, 분자 요리, AI 기반 레시피 생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응용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반 자료가 됩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셋이 실제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를 네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림1. FlavorDB 구성
그림1. FlavorDB 구성

3. 응용

FlavorDB는 단순히 식재료와 분자 간의 매핑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데이터베이스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지점은, 이를 바탕으로 Flavor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조합을 탐색하거나, 유사한 분자 또는 식재료를 찾는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한다는 점입니다. 논문에서는 총 네 가지 주요 응용 사례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FlavorDB의 구조와 기능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3.1 음식 페어링 (Applications for Flavor/Food Pairing)

FlavorDB의 가장 직관적인 응용은 바로 음식 페어링입니다. 음식 페어링은 전통적으로 요리사의 감각이나 경험에 의존해왔지만, FlavorDB는 이를 분자 수준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데이터 기반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로 비슷한 flavor molecule을 공유하는 식재료일수록, 조합했을 때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에 따라, 한 식재료와 유사한 분자 조합을 가진 다른 식재료를 탐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레가노(oregano)의 대체재를 찾고 싶다고 가정해보면, FlavorDB에서 오레가노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들을 확인하고, 이들과 공통된 분자를 다수 포함하고 있는 다른 식재료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이 방법으로 오레가노와 가장 많은 flavor molecule을 공유하는 식재료가 타임(thyme)임을 확인하였고, 실제로 이 둘은 요리에서 자주 함께 쓰이거나 상호 대체 가능한 향신료입니다. 이런 식으로 FlavorDB는 전통적으로 경험에 의존해왔던 음식 페어링 문제를 과학적 기반 위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합니다.

3.2 약리 효과를 가진 분자 탐색 (Searching for Drug-like Compounds)

FlavorDB는 음식이나 향료의 개발뿐 아니라, 기능성 식품 혹은 식물 유래 의약품 후보 탐색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약물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평가할 때 사용되는 Lipinski’s Rule of Five를 적용하여, FlavorDB 내에서 약리 가능성이 있는 분자를 찾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규칙은 수소 결합 donor/acceptor의 수, 분자량, logP 값 등의 기준을 통해 경구 투여 가능성이 높은 분자를 선별하는 데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Pyridine과 유사한 약리 효과를 내는 분자 또는 식재료를 찾고 싶다면, 먼저 Pyridine의 구조 정보를 기반으로 FlavorDB에서 구조 유사성이 높은 분자들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이 분자들이 속한 식재료가 있다면, 해당 식재료는 기능성 식품 또는 천연물 기반 의약품 개발의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또는 반대로, 약리 효과가 기대되는 분자를 찾고자 할 때 FlavorDB의 분자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특정 기준에 부합하는 수많은 flavor molecule 후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3.3 유사 향미 분자 찾기 (Finding Flavor Molecules Similar to Any Desired Compound)

FlavorDB에 수록된 분자들은 단순한 이름 목록이 아니라, 구조 기반의 표현(SMILES)과 물리화학적 속성이 함께 제공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는 특정 분자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분자를 검색할 수 있고, 그 유사성이 실제 감각 정보와 연결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논문에서는 마늘의 주요 성분인 Allicin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Allicin은 마늘 특유의 자극적인 향을 내는 핵심 분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기반으로 구조 유사 분자를 검색한 결과 Diallyl Disulfide가 가장 높은 유사도를 가진 분자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Diallyl Disulfide는 flavor profile 상에서도 ‘sharp, garlic taste’라는 감각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었죠. 이처럼 구조 기반 검색은 기존 식재료의 flavor 대체물 혹은 인공 향료 설계에 활용될 수 있으며, flavor molecule 자체의 embedding이나 similarity 분석에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3.4 식재료 향미 성분 분석 (Exploring Flavor Properties of Ingredients)

FlavorDB는 다양한 flavor 관련 데이터베이스(Fenaroli, Flavornet, FooDB 등)와 논문 자료를 통합하여, 많은 분자에 대해 taste나 odor descriptor 정보를 함께 제공합니다. 이 덕분에 사용자는 특정 식재료에 포함된 분자들이 어떤 감각적 특성을 지니는지, 어떤 분자가 그 식재료의 주요 풍미를 구성하는지 등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와사비(Wasabi)를 검색해보면, 총 5개의 flavor molecule이 연결되어 있고, 그 중 하나인 Allyl Isothiocyanate는 ‘very pungent’한 냄새를 가진 분자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정보를 통해 와사비의 강한 자극성 향은 이 분자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으며, 나아가 유사한 자극적 향을 구현하기 위한 분자 대체 후보를 찾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마치며

FlavorDB는 단순한 식재료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넘어, Flavor라는 감각 경험을 화학적 구조와 연결하여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플랫폼입니다. 이 데이터베이스의 핵심은, 수천 개의 식재료와 수만 개의 분자를 연결하여 Flavor를 구성하는 분자 기반 구조를 정리한 최초의 통합 시도라는 점에 있습니다. 단순히 향이나 맛에 대한 서술적 정보에 그치지 않고, Flavor를 일으키는 분자적 단위, 그리고 이 분자들이 실제로 어떤 식재료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구성한 것이죠.

FlavorDB는 다양한 외부 리소스 (예를 들어 Fenaroli, Flavornet, FooDB, BitterDB, SuperSweet 등)를 통합하여 구축되었으며, PubChem 기반의 분자 정보, 기능기, 물리화학적 특성, 감각 프로파일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단순한 정보 조회를 넘어서, 구조 기반 유사 분자 탐색, 음식 페어링, 향료 대체제 탐색, 약리성 분자 필터링 등 다양한 분석과 응용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향후 AI 기반 레시피 생성, 향료 설계, 분자 요리 등과의 접목을 고려한다면, FlavorDB는 그야말로 Flavor를 설계 가능한 정보 단위로 바꾸어놓은 데이터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합니다. FlavorDB는 감각 자체를 정량화하거나 사람의 관능 평가 데이터를 직접 포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식재료에 포함된 분자 정보도 문헌 기반으로 수집된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포함되지 못한 식재료나 flavor compound도 많습니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생성되는 Maillard 반응물이나, 열변성으로 나타나는 새로운 향 성분 등은 현재의 DB 구조에서는 다루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lavorDB는 Flavor 연구의 출발점으로서, 그리고 flavor를 구성하는 화학적 언어를 명시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공개 리소스로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갖습니다.

Flavor를 데이터로 다룬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향과 맛을 구성하는 수많은 분자들의 구조와 조합,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감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입니다. FlavorDB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Flavor를 과학적,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하는 새로운 방식의 출발점으로서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향후 이 데이터베이스에 생리적 반응, 감각 강도, 조리 후 생성 화합물 등의 정보가 더해진다면, flavor 설계는 한층 더 정밀하고 창의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FoodTech

[’17 CVPR] Learning Cross-modal Embeddings for Cooking Recipes and Food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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